페미니즘 진영과 한국사회 내 깊게 뿌리박힌 여성혐오 세력간의 극적인 전투가 시작됐다

실현 불가능한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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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EPA/Jeon Heon-k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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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in English: An epic battle between feminism and deep-seated misogyny is under way in South Korea

서울, 대한민국

지난해 9월, 남성잡지 맥심 (MAXIM) 한국판은 컬트 영화 ‘올드보이’에 출연했던 배우 김병옥을 표지모델로 세웠다.  표지에서 그는 자동차 트렁크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으며, 트렁크 밖으로는 테이프에 묶인 여성의 다리가 보였다. 헤드라인은 “The Real Bad Guy” 였다. [진짜 나쁜 남자라고 번역될 수 있겠다.]

이 표지는 당시 설립된지 얼마 되지 않은 온라인 여성주의 (Feminist) 단체 메갈리아를 통해 다수의 보도 매체와 해외 여성주의 단체들에게 곧바로 알려지게 되었고, 이로 인해  엄청난 반발을 맞은 맥심은 미국 본사측에서 사과문을 발표하기까지 이르렀다.

가정과 일터, 그리고 사회에서 차별을 경험해온 한국 여성들에게 메갈리아의 온라인 운동은 장족의 발전이었다. 하지만 더 많은 여성들이 사회에 팽배해 있는 보수적인 사고에 도전장을 내밀수록 반대 진영 역시 거세게 반발했다. 기성세대가 누려온 안정적인 경제력과 권력 지위를 이어받지 못한 젊은 남성들은 자신들의 분풀이를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시전하기 시작했으며, 이들의 표적은 여성이었다.

이에 대해 캐서린 문 웰즐리대 정치학 교수는  “한국에서의 성별간의 전쟁은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며, “특히 젊은 세대간의 갈등은 더 심하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한국 남성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망망대해에서 방향이 계속 변하는 거센 파도를 맞고 익사하는 느낌일 것”이라고 묘사했다.

경제적 문제

사회변동이 일어나는 곳이라면 어디나 그렇듯, 한국에서의 남녀간 갈등 역시 경제적 요인을 시작점으로 볼 수 있다. 1970년대와 1980년대에 가파른 성장을 경험한 한국 경제는 당시 다수의 남성들에게 안정적이고 좋은 급여를 제공하는 일자리를 창출했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집안에서의 자리를 지키는 것은 당연시 되었고, 남편이 좋은 직장을 가진 이상, 여성은 집 밖으로 나가 급여를 받는 노동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이는 2005년까지 한국에서 호주제가 지속되어올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1990년대 말, 아시아에서 시작된 세계 금융위기는 한국의 샐러리맨들이 누리던 안정감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하루 아침에 직장을 잃은 많은 남성들이 이제 여성들과 생존을 놓고 경쟁을 하기 시작했다. 오랜 기간 부산에서 거주해온 여성주의 전문가 제임스 턴불은 “2000년대 초반부터 한국은 여성을 상대로 한 부정적 고정관념 및 젠더부정적 호칭 등이 많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를 막기 위해 2016년 6월 22일 처음으로 시험 운행된 여성전용칸에 탑승한 부산 시민들의 모습.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를 막기 위해 2016년 6월 22일 처음으로 시험 운행된 여성전용칸에 탑승한 부산 시민들의 모습.
Image: EPA/Yonhap

오늘날 한국 경제는 또다시 침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 세계를 강타한 불황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큰 타격을 입혔으며, 특히 국가 경제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선박 및 조선 산업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재벌이 운영하는 대기업 역시 위기에 직면하고 있고, 이로 인해 채용규모를 줄이고 있는 상태다. 게다가 한국의 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은 점점 불어나, 선진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한편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정작 인력수급이 절실한 산업들이 요구하는 교육수준 이상의 자격을 갖춘, 이른바 자격과잉의 상태가 되었다. 한국의 대학 진학률은경제 협력 개발 기구
국가 중 가장 높아 고등교육을 수료한 자들이 눈높이에 맞는 직장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설사 일자리를 찾는다 해도 남은건 비정규직뿐인 현상이 벌어졌다. 한국의 청년실업률은 10% 내외로, 나라 전체 연령대 평균의 약 세 배에 달한다. 좀 더 안정적이고 풍족한 환경이었다면 서로 돕고 살며 결혼을 했을 젊은 남녀들이, 얼마 남지 않은 좋은 직장 자리를 두고 피튀기는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이미정 연구위원은 “청년들, 특히 젊은 남성들은 자신들과 부모님 세대를 비교해 봤을때 많은 불만이 있을 것”이라며 “이러한 불만들이 사회적 차원에서 여성들을 상대로 한 행동으로 표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여성주의 운동

메갈리아의 등장 과정은 한국 내 남녀간의 갈등이 최근 얼마나 깊어졌는지를 반증한다. 메갈리아의 기원은 2015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가게 되는데, 당시 한국은 2012년을 기점으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으로 발병한 메르스 (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감염사태를 맞게 된다. 첫 한국인 발병 케이스는 중동 지역에서 귀국하던 한 남성이었다. 그러나 서울에서 홍콩으로 비행기를 타고 휴가를 가던 중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두 여성이 홍콩에서 격리 처분되기를 거부한 것으로 밝혀지자, 디시인사이드라는 인기 웹사이트 (미국의 레딧과 비슷한 성격을 띤 웹사이트이다) 에서 활동하는 누리꾼들은 이들이 이기적인 행동으로 한국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해당 여성들을 맹렬히 공격하기 시작했다. 이후 이들은 얼마 되지않아 격리 치료를 받기 시작했지만, 그 사이 온라인 반응은 매우 부정적으로 변해, 이 여성들을 (돈에만 관심있어하는) “김치녀” 또는 (사치품 구매를 위해 생필품 구매를 자제하는) “된장녀” 등으로 비하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메르스 사태를 보고 분노한 여성들은 반격에 나섰다. 그들은 논란이 된 “미러링” 이란 방법을 통해 남성들의 여성 비하 언어를 그대로 따라하며  남성 비하 언어로 공격을 전개했다. 이들이 사용한 대표적 표현으로는  “김치남”, 그리고 남성들의 성기 크기를 비꼬는 “6.9”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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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Megalian.com

얼마 안가 디시인사이드에서 독립한 이 여성들은 자신들만의 웹사이트를 개설, Megalian.com이 출범하게 된다. 새롭게 생성된 이 웹사이트의 로고는 엄지와 검지 손가락이 가깝게 붙어있는 손모양으로, 한국 남성의 작은 성기를 비꼬는 뜻을 담고 있어, 남성들을 도발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런 메갈리아의 전략은 남성혐오 및 젠더간의 전쟁을 부추긴다는 이유로 몇몇 여성주의자들을 포함한 많은 이들에게 비판을 받았다. 또한 메갈리아는 여성들과 결혼한 동성애자들을 아웃팅시키는 행위를 저질러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남성들은 메갈리아 회원들을 테러 행위를 일삼는 이슬람국가 (ISIL) 로 비교하기도 했으며, “남성 혐오에만 전념하는 미친년들” 등의 과격한 표현을 사용하여 묘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메갈리아 회원들은 이런 파동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모습이다. 이화여대 출신으로외국계 회사에서 근무중인 한 회원은 QUARTZ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의 페미니즘은 지나치게 지루하고 학구적이었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그는 2015년을 “놀라웠던 한 해”였다고 회고했다.

강남스타일 살인 사건 

메갈리아와 같은 온라인 운동의 시작은 여성을 상대로 한 폭력이 늘어나고 있는 한국 사회의 현실에 대한 반응이라 볼 수 있다. 한국에서 가장 크고 멋진 사무실 건물들과 상점, 그리고 나이트클럽들로 가득한 강남구 한복판에서 지난 5월, 한 23세 여성이 강남역 10번 출구 근처 화장실에서 나오다 칼에 찔려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지역은 뉴욕의 타임스퀘어 광장, 그리고 런던의 옥스포드 스트리트에 버금갈만큼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다.

경찰 조사 결과, 34세 남성으로 밝혀진 범인은 자신이 과거에 여성들에게 피해를 입은 적이 있어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털어놓았다.

사건 다음날, 강남 지하철역에는 피해자를 위한 추모행렬이 이어졌다. 많은 이들이 메세지가 담긴 포스트잇을 벽에 붙이며 피해자를 기념했으며, 여성혐오에 대한 논의도 벌어졌다. 이에 남성권리주의자들도 나타나 시위를 벌였는데, 이들의 주장은 이 범행을 여성을 대상으로 한 증오살인으로 표현하는 것 자체가 남성에 대한 증오를 부추긴다는 것이었다.

한국 여성가족부 강은희 장관이 2016년 5월 20일, 서울 강남역 지하철 출구에 잔혹하게 살해된 23세 여성을 추모하기 위해 시민들이 붙여 놓은 포스트잇을 바라보고 있다.
한국 여성가족부 강은희 장관이 2016년 5월 20일, 서울 강남역 지하철 출구에 잔혹하게 살해된 23세 여성을 추모하기 위해 시민들이 붙여 놓은 포스트잇을 바라보고 있다.
Image: EPA/Yonhap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성폭행을 강간, 허가 없이 이뤄지는 신체적 접촉, 또한 허락없이 행해지는 은밀한 사진과 비디오 촬영으로 정의하고 있다. 지난해 벌어진 강남역 살인사건은 한국에서 여성을 상대로 일어나는 성폭력 문제의 한 단면을 명확히 보여준다. 여성정책연구원이 제시한 수치에 따르면, 지난 몇년간 국내 성폭행 건수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 수치는 남녀구분이 없지만, 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피해자의 압도적인 대다수가 여성이라고 한다. 이를 두고 이미정 연구위원은, 예전보다 많은 여성들이 자진해서 피해입은 것을 보고하기 때문에 수치가 높아진 이유도 있지만, 이는 수치의 극히 일부만을 설명할 뿐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범죄 및 살인사건 발생률이 세계 다른 국가들에 비해 현저히 낮은 편이다. 그러나 전문가 제임스 턴불은 여성 피해자가 상대적으로 월등히 많은 한국의 상황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유엔은 일본과 홍콩, 그리고 한국을 살인수치가 가장 낮은 국가들이라고 지목했으며 덧붙여 일본의 경우, 남녀 피해자 비율이 거의 비슷한 것이 한국과는 다른 점이지만, 부부나 연인 관계 사이에서 벌어지는 살인 사건들이 한국과 마찬가지로 매우 큰 문제라고 밝혔다.

이미정 연구원은 “한국은 연인 사이에서 벌어지는 살인 비율이 매우 높다”며 “유교 전통에서는 남성이 많은 권력을 쥐고 있고, 아내를 구타하는 것은 어느 정도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것의 일부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여성들을 위한 전문 상담 및 보호 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단체다. 사무총장 송란희가 밝힌 바에 의하면, 국가적으로 집계하는 수치가 존재하지는 않지만 자체적 조사를 시행한 결과, 3일에 한 번 꼴로 한 여성이 전 남자친구나 연인에게 살해된다고 한다.

송 사무총장은, “우린 총은 없지만, 어쩌면 집이 더 위험할 지도 몰라요. 한국이 안전하다는 건, 집 밖 얘기죠.”라며 씁쓸히 웃었다.

스토킹과 리벤지 포르노

한국의 젊은 여성들은 남자친구들과 헤어지는 일조차 신변에 위험이 따르는 결정이라 말한다. 지난해만 해도 한 남성이 자신과 헤어지려던 여자친구를 끔찍하게 살해하는 일이 벌어지는 등, 연인 사이에서 벌어지는 범죄는 늘어나고 있다.

“한국에선 여자들끼리 “안전이별”에 대해 이야기해요.” 23세 김하영씨는 각종 페미니스트 기사들을 번역해 배포하는 온라인 단체 펨아이디어 (Femidea) 의 회원이자 운동가다. QUARTZ가 직접 여러 여성들과 접촉해 본 결과, 많은 이들이 전 남자친구에 의해 스토킹과 폭언, 그리고 몰래카메라 사진 및 비디오 유출 등의 피해를 입는것에 대해 걱정한다고 밝혔다. 심지어 올해 주간조선에 게재된 한 기사의 제목은 “내 딸이 알아야 할 안전이별 5가지 수칙”이었다. 이 기사에 포함된 조언들 중엔 “단둘이 있는 공간에서 이별 통보를 피하라” 및 “스토킹 당할 경우 거절의사를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등이 포함됐다.

서울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 전경
서울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 전경
Image: Isabella Steger

한국내에서 번창하고 있는 성인물 산업 및 전반적인 미디어의 모습을 비추어 볼 때, 한국 여성의 지위는 비참하기 짝이 없다. 한국에서 포르노그래피는 금지되어  있지만, 우익성향을 띠는 일베와 같은 인기 온라인 플랫폼에는 불법적으로 촬영된 여성들의 사진 및 영상이 공공연히 배포되고 있다.

얼마 전 서울 남쪽에 위치한 아산에서는 여러 여성주의 단체 및 회원들의 모임이 열렸다. 그 중, 리벤지 포르노의 퇴출을 주장하는 단체 리벤지 포르노 아웃 (RPO: Revenge Porn Out)에서 활동하는 운동가 예나(가명)는 남성들이 피해 여성들 모르게 촬영된 몰래카메라 사진 및 영상을 호스트하는 웹사이트를 저지하는 것이 단체의 주요 업무라고 밝혔다.

승리의 순간도 있었다. 대표적인 불법사이트 소라넷 (Sora.net) 은 올해 들어 대중들의 압박과 열렬한 온라인 캠페인 운동 끝에 패쇄되기에 이르렀다. 소라넷은 관음적 사진과 비디오 매체를 호스트했을 뿐 아니라, 무의식중인 여자친구를 강간하는 법 및 최음제 구입법 등의 정보를 담은 게시판을 운영하고 있었다.

한국여성의전화 송 사무총장은 TV 드라마에서 남녀간 폭력을 낭만적으로 묘사하는 것 또한 문제점으로 꼽았다. 그는 자신의 한 손으로 다른 손을 잡은 채 누군가를 벽으로 밀어붙이는 동작을 취하면서 “남자가 이렇게 하면 멋있다고 하잖아요”라고 말했다.

여성들은 또한 미적 기준의 유아화와 성적 요소로 가득찬 한국의 대중문화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성형시술은 대중화된지 오래이고, 일부 부모들은 자식들의 성형을 오히려 장려하는 분위기이다.

성형수술 후 이력서를 들고 있는 여성을 모델로 내세운 한 성형외과의 서울 지하철 내 광고.
성형수술 후 이력서를 들고 있는 여성을 모델로 내세운 한 성형외과의 서울 지하철 내 광고.
Image: Kim Ha-young

커져가는 남성인권운동

한국 여성들이 어느 정도 수준의 권력과 자유를 쟁취해낸 것은 사실이지만, 1970년대와 1980년대 당시 아들을 선호한 한국 사회는 남성의 수적 불균형을 초래했다. 이는 사회적 긴장감을 고조시키는데 기여했는데, 성별 낙태가 가능했던 1990년 당시 남녀 출산 성비는 116.5에 달했다. 이는 여자 100명 당 남자 116.5명이 태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이후 이 비율은 점점 낮아져 현재는 성별 비율이 거의 비슷하지만, 1990년에 태어난 많은 남자 아이들이 성장해 짝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고 제임스 턴불은 설명했다. 이와 동시에 많은 한국 여성들은 결혼 자체를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남성 권익을 주장하는 것은 이제 주류가 된 상태다. 전직 대학 교수이자 진보 매체 코리아 익스포제 (Korea Expose) 의 구세웅 편집장은 “놀라운 건…이제 여성들이 요구하는 권익이나 보호가 너무 지나치며, 이로 인해 남성이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라 밝혔다.

극단적 예로, 2013년 남성연대 성재기 대표 투신사건을 들 수 있다. 남성연대는 당시 재정 상태가 좋지 않았고, 성 대표는 관심을 끌어 모금활동을 하기 위해 TV 카메라를 준비시켜 놓고 한강으로 뛰어들 채비를 했다. 남성연대의 주요 요구 사항은 여성가족부 해체와 군복무 남성 (한국의 모든 남성은 2년간 군복무에 임해야 한다) 에 대한 보상이었다. 차디찬 강물로 뛰어든 그는 며칠 후 변사체로 발견되었다.

남성연대는 이후 양성평등연대로 이름을 바꾼 상태이며, 이 단체의 페이스북 페이지는 “좋아요”가 35,000개에 달한다. 이 단체의 한 대변인은 강남역 살인사건이 일어난 후 한 인터뷰에서 현재 대부분 남성들의 경제적 상황이 자신의 부모세대보다 좋지 않으며, 가장의 역할을 해내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과 여성들에게 당하는 역차별 때문에 남성들이 여성들에게 뒤쳐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의 회원들은 또한 여성가족부의 해체를 지지하는데, 그 이유인 즉 한부모 가정에 대한 지원이 이혼을 종용한다는 것이다. 지난 5월 양성평등연대 페이스북 페이지에 글을 올린 이종찬 회원은 “이혼판례상 거의 여성이 아이를 키우게끔 되어있고 이혼 후 남성은 양육비지급 의무를 져야하면서 여성은 이혼해도 지원금과 양육비를 양쪽에서 받으니 아쉬울 것도 없을”것이라 주장했다.

일하는 여성을 위한 나라는 없다

일부 남성들은 한국 여성들이 사회적 진보를 통해 전통적인 성별 역할에서 벗어났다고 주장하지만, 직장 내 진정한 양성평등이 이루어지기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세계경제포럼이 발간한 2015년 성별격차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은 세계 145개국 중 115위에 랭크됐다. 이는 라이베리아, 몰디브, 부르키나파소보다 낮은 위치이며, 잠비아보다 조금 위에 랭크된 것이다. 한국은 또한 “경제 참여 및 기회” 부문에서는 125위에 그쳤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대학 과정을 마친 여성의 급여는 같은 교육 수준을 받은 남성 급여의 66% 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2014년 집계된 한국의 남녀간 중간값 임금격차는 36.7%로, OECD 국가 중에서도 최하위 수준이다.

OECD 수치를 살펴보면,많은 여성이 25세가 되면서 직업 전선에서 빠져나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맥도날드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19세 철학과 대학생 김하린씨에 의하면, 젊은 시절 임신 후 직장을 떠날 수 밖에 없어서 이제는 저소득 직업밖에 구할 수 없는 중년 여성들이 자신의 직장 동료라고 했다. 여성정책연구원에 의하면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인구의 40.2%가 여성인 것으로 드러났다. 상대적으로 남성은 이 수치가 26.5%에 그쳤다. 임신한 여성을 해고하는 것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지만, 2014년 한국 언론 보도에 의하면 어떤 병원에서는 간호사 임신을 순차적으로만 허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많은 여성들에게 일을 추구할 것인지, 아니면  결혼을 하고 가정을 키울 것인지에 대한 이분적인 결정을 강요한다. 출산율 저하를 저지하기 위해 온힘을 다하는 한국 정부에게 이는 큰 걱정거리인데, 통계청이 제공한 2015년 한국의 출산율은 1.24명으로, 인구 대체율인 2.1명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일본의 경우, 보육정책과 기업 문화 개선 등으로 인해 근래 출산율이 서서히 회복하고 있는 추세이다.

웰즐리대 캐서린 문 교수는 “한국의 출산 위기는 여성들에게 많은 부담을 주고 있으며 정부는 임신을 장려하는 여러가지 캠페인을 펼치기도 하지만, 사회적 분위기는 아직도 여성들에게 야심을 버리고 아이를 더 많이 낳으라 하죠”라고 말한다.

백마 탄 왕자님은 필요없어요

“티나캐릭터를 맡은 김자연 성우가 이 티셔츠를 입었다는 것이 [해고]이유였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티나캐릭터를 맡은 김자연 성우가 이 티셔츠를 입었다는 것이 [해고]이유였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Image: Megalia4 Facebook page

한국의 성별간 전쟁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 대형 게임 기업 넥슨에서 캐릭터 성우로 근무하던 한 여직원은 메갈리아측에서 디자인한 “왕자님은 필요없어” 티셔츠를 입은 사진을 올렸다가 해고를 당한 사건이 벌어졌다. 국회 야당인 정의당은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넥슨사를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그러나 정의당 당원 다수는 이런 의견을 제시한 당 지도부에 반발, 친북으로 분류되는 것보다 더 심한 모욕을 당했다며 당 탈퇴를 선언했다. 구세웅 편집장은 “메갈리아는 한국 페미니즘에 주목을 이끄는 데 큰 역할을 했어요. 그러나 한국에서 메갈리아의 위치는 야권 운동가들과 북한의 관계와 비슷해요. 페미니즘과 메갈리아를 하나로 엮음으로서 여성주의 운동가들의 입막음을 할 수 있게 되어버린 거죠.” 라고 밝혔다.

정의당은 며칠 후 해고된 넥슨 사원에 대한 지원을 철회했다. 정의당은 대신 “젠더 의제에 대해 조직적인 논의와 실천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며 말을 바꾸는 자세를 취했다.

정정합니다: 한국 최초 메르스 (MERS) 감염 케이스는 중동에서 귀국하던 한 남성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전 버전의 기사는 최초 케이스를 두명의 여성으로 보도했는데, 이는 부정확한 것이므로 정정하는 바입니다.

번역: 이준우